4.18~9.8,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
다섯 명의 한·독·미·영 사진가가 전하는 ‘지구를 향한 고백’
"소통·전달 쉬운 사진 매체 선택하게 됐다"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갤러리 신당이 기존 75평에서 총 300평 규모로 확장 후 재개관 기념 기획전을 준비했다. 중구문화재단(사장 조세현)은 오는 9월 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의 변화된 공간 ‘갤러리 신당’에서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를 개최한다. 어제(18일) 오후 갤러리 신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조세현 이사장과 석재현 예술감독, 그리고 작가 4인이 참여, 이번 전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 기자간담회 현장 이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향후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전시 계획”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 이후에는 인물 사진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앞으로 사진전 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문화 행사는 다 기획해보려고 한다”라며, “3개의 전시장 중 두 전시장은 대관 전시 위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근처에 DDP가 있기 때문에, 패션이나 K-POP 등 K-문화 관련 전시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본지 이은영 발행인은 이에 “사실 조세현 이사장이 사진 작가 출신인 만큼 다음 전시 역시 사진전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너무 사진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지적하며, “앞으로도 사진 분야에 집중해 전시를 진행할 예정인지”를 물었다.
조 이사장은 “물론 사진전만 진행할 것은 아니지만, 대중친화적이고 호소력 짙은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기에 소통과 전달이 보다 쉬운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됐다”라며, “적어도 내 임기동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급 예술이 아닌,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 위주로 진행해보려 한다”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명칭인 CCPP는 Climate Change Photo Project의 약자로,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매개로 환경변화에 직면한 인류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기후환경을 주제로 한 사진 공모사업과 주제전시, 2개의 큰 틀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컨페션 투 디 어스’, 지구에 대한 고백이라는 제목 아래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우리별 지구를 돌아보고자 한국, 독일, 미국, 영국 사진가 5명이 함께한다. 잉마르 비욘 놀팅, 이대성, 맨디 바커, 닉 브랜트, 톰 헤겐이 평생 살던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장기구호가 필요한 동물들,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발을 멈추지 않은 인간의 탐욕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닉 브랜드의 작품 촬영 과정이 나타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 그 현실
먼저, 마이클 잭슨 뮤직비디오의 감독이자 오랜 시간 사진 작업을 이어온 닉 브랜트(Nick Brandt)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는 몰입감을 높이는 영화 같은 연출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극적이고 압도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이다. 동일한 시간과 장소 속에서 촬영된 하나의 프레임은 지치고 무기력해 보이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구에 닥친 위협적인 변화를 경고한다.
작가는 일정상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해 석재현 예술감독이 아쉬운 마음을 대신 전달했다. 그는 “맨디 파커의 전시공간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작품을 촬영하던 상황을 담은 사진이 두 개 걸려있다. 전시 기획 당시, 닉 브랜트가 이 두 사진을 꼭 함께 전시할 것을 강조했다”라며, “너무나 쉽게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오늘날, AI 내지는 디지털 합성과 같은 오해를 받기 쉬운 시대다”라고 덧붙였다.
맨디 바커(Mandy Barker)의 작품은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닌 해양 플라스틱 사진으로 유명하다. 14년 차 환경운동가이자 국제 사진전 수상 경력을 지닌 그녀는 그린피스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해양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간의 행동을 촉구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바닷속 플라스틱 오염의 현실을 담은 작품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녀의 작품 속 버려진 해양 쓰레기들은 마치 우주와 같이 신비한 이미지를 형성함과 동시에, 셀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수량이 촘촘하게 모여있어 기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맨디 바커가 기자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터내셔널 포토그래피 어워드,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등 국제적인 사진상을 수상하며 독일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톰 헤겐(Tom Hegen)의 작품도 펼쳐진다. 지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다양한 흔적과 인류의 거대한 욕망이 개입한 항공사진의 기록은 현실이 아닌 듯한 추상적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사로잡지만 결국 극도의 죄책감에 빠져들게 한다.
독일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잉마르 비욘 놀팅(Ingmar Björn Nolting)의 다큐멘터리 사진도 소개된다. 그는 단순히 시대를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늘어난 석탄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와 경찰의 계속되는 충돌, 지구 기온 상승 저지선 1.5˚C를 지키기 위한 공간, 그 치열한 낮과 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유명 패션 브랜드 ‘생로랑 프로젝트’에서 한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주목을 받은 한국의 사진가 이대성의 작품도 준비된다. 그는 최대 규모의 권위있는 사진 대회인 ‘소니 월드 포토그라피 어워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두 번 연속 수상한 세계적인 사진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변해버린 지역과 인간을 사진 한 장에 담아 아름다운 풍경에 숨겨진 비극적인 상황을 나타낸 작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좌측 상단부터) 닉 브랜트 - The Day May Breake 1, Najin and People in Fog, Kenya, 2020, 맨디 바커 - What Lies Beneath, Penalty, Europe, 톰 헤겐 - Quarry Mine near Augsburg, Bavaria, Germany, 2016, 잉마르 비욘 놀팅 - Eviction, Lützerath, Germany, 2023, 이대성 - Futuristic Archaeology, Mongolia, 2015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석재현 예술감독은 “세계적인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는 현재의 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안타깝고 치열한 고백이다.”라고 하며 “오늘의 작은 고백이 푸른별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커다란 희망의 고백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시를 주최한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은 “예술의 감동과 힘을 통해 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고 싶었다”라며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관람 요금은 일반(만19세이상) 18,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5,000원, 어린이(만48개월~12세) 10,000원으로, “충무아트센터의 입지한 주변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다소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처: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