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 같이 플라스틱 줄이는 게 내 사진의 목표"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이메일(으)로 기사보내기다른 공유 찾기기사스크랩하기복사하기 직접 주운 플라스틱 잔해로 작업하는 영국 사진작가 맨디 바커바닷가에서 주운 플라스틱 잔해로 만든 작품. (사진 Mandy Barker - SOUP: Refused)/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검은 배경 속 알록달록한 이 물건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마치 어두운 심해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 잔해들은 영국 사진작가 맨디 바커(Mandy Barker)가 바닷가에서 직접 주운 쓰레기다. 이 작가는 15년째 온갖 종류의 해양 쓰레기를 가지고 작업해왔다. 그는 과학자를 비롯해 전세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해안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집한다. 바커는 플라스틱 문제를 알리기 위해 '고발'보다는 '심미'를 택했다. 다채로운 쓰레기가 마냥 아름다워서도, 플라스틱의 나쁜 면을 덮기 위해서도 아니다. 작품을 본 사람들이 실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데 그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열린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에 직접 참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소비량 3위인 한국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 소감은 어떨까. 사진전이 열린 갤러리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한국을 찾은 사진작가 맨디 바커. 옆에는 바닷가에서 주운 낚싯줄을 해양생물처럼 표현한 작품.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Q. 플라스틱 쓰레기로 작업하게 된 계기는. A. 영국 바닷가 도시에서 자라면서 조개나 나뭇조각을 주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간 바닷가에는 자연물보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더 많았다.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쓰레기를 수집해 찍기 시작했다. Q. 쓰레기를 수집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A. 혼자 주울 때도 있고,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곳에 동행한 적도 있다. 전세계 사람들 도움을 받아 모으기도 한다. 그렇게 수집한 쓰레기를 종류별로 모아 까만색 천 위에 올려놓고 찍는다. 이후 합성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A. 작품 '스틸'이 떠오른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결국 사망한 붉은발슴새를 촬영했다. 그동안 플라스틱 자체만 찍었다면 이 작품은 플라스틱 오염이 한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려는 첫 시도였다. 이외에 바닷가에서는 워낙 이상한 쓰레기를 많이 주워서 특별히 하나 고르기 어렵다. 굳이 꼽자면 틀니와 냉장고.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한 새끼 붉은발슴새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스틸'.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Q. 15년째 작업을 이어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A. 대중의 반응이다. 최근에 어떤 독자는 버려진 옷으로 만든 작품을 보고 앞으로 1년간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작품에 영향을 받아 이미 달라진 사람들도 있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작업이 나름 성공했다고 느낀다. 다 같이 플라스틱 덜 쓰는 것이 내 작업의 궁극적 목표라서다. Q. 일상에서 플라스틱은 거의 쓰지 않을 듯하다. A. 최대한 구매하지 않는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꼭 필요한 경우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대용량으로 구매하는 편이다. Q.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해도 여전히 소비는 줄지 않는다. 어떻게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을까. A. 수프 시리즈에 등장하는 쓰레기는 칫솔, 치약, 컵, 포크처럼 집에서 매일 쓰는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풋볼 시리즈는 전세계 바닷가에 버려진 축구공을 수집한 작품이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놀잇감이 어디로 갔을지 질문해보면 좋겠다. 바닷가에 있는 플라스틱 잔해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쓰고 버려진 쓰레기들이다. 며칠 전 한국의 한 바닷가에서도 버려진 축구공을 발견했다. 전세계 버려진 축구공들과 최근 맨디 바커가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주운 축구공.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Q. 예술과 환경은 어떤 관계인가. A. 예술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몰랐던 문제를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예술은 강력한 소통 수단이다. 물론 예술만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환경 문제를 전해주는 교훈 역할을 한다고 본다. Q. 사진작가 맨디 바커에게 기후위기란. A. 플라스틱을 만들고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 화석연료가 쓰이고 기후위기로 이어진다. 기후위기는 화석연료와 떼놓을 수 없는 문제다. Q. 플라스틱 문제에 피로감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A.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 작은 실천부터 하나씩 해가면 좋겠다. 한국 숙소는 냉장고마다 생수병이 있더라. 플라스틱 물병부터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적어도 용량이 큰 제품을 구매하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플라스틱 제조사를 압박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대중의 문제라기보다 기업 책임이 크다. 홍콩 바닷가에서 수집한 로봇 놀잇감. 작품명 HONG KONG SOUP 1826.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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