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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뉴스펭귄][인터뷰] "기후위기, 삶의 터전 사라지는 세계적 현상"2024-05-28 14:29
Category보도자료
Name Level 8

[인터뷰] "기후위기, 삶의 터전 사라지는 세계적 현상"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4.04.23 15:43
 

잃어가는 터전을 담는 사진작가 이대성
"덜 사고 적게 써야 기후위기 극복 가능"
"돈 관점 아닌 에너지소비 관점 필요"

푸른 초원에 살던 유목민들이 사막이 된 땅으로 걸어간다. (사진 이대성 - 미래의 고고학)/뉴스펭귄
푸른 초원에 살던 유목민들이 사막이 된 땅으로 걸어간다. (사진 이대성 - 미래의 고고학)/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기후위기는 터전이 사라지는 문제예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늘어나면 정치적 불안도 커질 거고요. 대안은 하나예요. 소비를 줄여야 해요."

사진작가 이대성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후위기를 담아낸다. 그는 이 위기에 대해 "우리의 터전이 사라지는 문제이며 특정 지역만의 이슈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를 줄이고 돈의 관점이 아닌 에너지 소비 관점에서 세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뷰파인더에서 무엇을 보았길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사라지는 것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말라버린 강, 물에 잠기는 섬, 사막이 된 초원. 그리고 터전을 잃은 이들의 초상. 그 슬픔에 무뎌진 얼굴들 앞에서 다짐한다. 덜 소비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는 몽골과 인도네시아의 황폐해진 자연에 남은 사람들을 담았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려진 위기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몽골은 급속한 사막화로 지난 30년간 호수 850개와 강 2000개가 말라버렸고, 인도의 고라마라섬은 해수면 상승으로 20년 뒤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작품으로 이대성은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 2회 연속 수상했다.

그는 약 10년 만에 이 초상들을 다시 꺼냈다. 지난 19일부터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에서 열린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에 참여했다. 사진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 이대성을 만났다. 잃어가는 것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진작가 이대성의 초상.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사진작가 이대성의 초상.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Q. 환경과 자연을 말하는 작품이 다수다. 언제부터 환경에 관심 있었나.

A. 문화인류학을 좋아한다. 세계사를 보면 식민주의부터 시작해 세계화와 산업혁명을 거쳐 인류의 소비 수준이 확 올라간다. 끝에서는 환경 문제로 이어지겠다는 흐름이 보였다. 그렇게 환경으로 관심사가 옮겨졌다. 

 

Q. 작품이 초상화 형태인 이유가 있나.

A. 원래 다큐를 했다. 현장 자체를 보여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메시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려면 방법을 바꿔야 했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식을 고민하다가 초상화에 주목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 감정적으로 이어지기 쉽다. 누군가의 삶을 전시 형태로 보여주면서 사진 속 인물을 궁금하게 만들고,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연결고리를 만든다.

 

Q.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10년 전 몽골에서 작업할 때 사막화 방지 활동하는 NGO 측에 연락했다. NGO는 몽골인들을 고용해 사막화된 땅에 나무 심는 활동을 이어왔는데, 그 몽골인들은 사막화로 유목 생활이 어려워져 도시로 떠난 유목민이었다. 사실 사막화는 유목민들이 초래한 문제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나무를 심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렇게나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초원 위를 비행하는 독수리와 유목민의 삶은 가까운 미래에 박물관 전시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사진작가 이대성은 급속한 사막화로 점차 황폐해지는 몽골 전통 유목민들의 모습을 박물관 전시라는 발상으로 담았다. (사진 이대성 - 미래의 고고학)/뉴스펭귄
초원 위를 비행하는 독수리와 유목민의 삶은 가까운 미래에 박물관 전시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사진작가 이대성은 급속한 사막화로 점차 황폐해지는 몽골 전통 유목민들의 모습을 박물관 전시라는 발상으로 담았다. (사진 이대성 - 미래의 고고학)/뉴스펭귄

Q. 작품들 배경이 다른 나라다. 한국 독자들이 '내 문제'로 느끼려면.

A.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농업 쪽에선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적응이라도 잘하자는 말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호우성 강우가 심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나오기 시작할 거란 뜻이다. 우리나라는 쌀 제외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데, 기후위기로 식량이 무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엄청난 피해국이다. 그런 지점을 유심히 보면 좋겠다.

 

Q. 사진작가 이대성에게 기후위기란.

A. 우리가 사는 터전이 사라지는 문제다. 한 지역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머지 않아 정치적 불안을 증대시킬 거다. 기후위기로 집을 떠나는 기후난민만 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지 않나. 자원이 부족해지면 나라 사이에 전쟁도 일어날 거고. 이대로 간다면 어딘가는 살 수 없는 지역이 생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고라마라섬의 말라버린 땅. (사진 이대성 -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뉴스펭귄
인도네시아 고라마라섬의 말라버린 땅. (사진 이대성 -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뉴스펭귄

Q. 대안은 무엇인가.

A. 전체적인 소비 수준을 줄여야 한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비싸고 저렴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덜 사고 적게 쓰는 문제다. 1억원짜리 자동차나 100만 원짜리 자동차나 에너지 소비량은 같다. 돈의 관점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10만 원짜리 옷 1장이 1만 원짜리 10장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쪽에서 탄소 배출하고 저쪽 가서 흡수하겠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나부터 줄여야 한다. 

 

Q. 본인은 평소 어떤 실천을 해오나.

A. 일단 차가 없고, 필요하면 빌린다. 지금 프랑스 파리에 사는데 늘 자전거 타고 다닌다. 여행은 잘 다니지 않고, 집에서도 플라스틱 거의 안 쓴다. 특히 카페에선 무조건 마시고 가는데, 우리나라는 테이크아웃을 쉽게 생각하더라.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 귀찮아서 못한다. 결국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독일의 공병 보증금제처럼 보상도 있어야 사람들이 움직인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인도의 고라마라섬. (사진 이대성 -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뉴스펭귄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인도의 고라마라섬. (사진 이대성 -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뉴스펭귄

Q. 비판적이지만 냉소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나. 

A. 책임감이다. 사진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게 좋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바로 와닿진 않을 거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놔두면 더 잊힌다. 더디고 미약한 진전일지라도 지속해서 말할 책임이 있는 것 같다.

 

Q. 한국의 예술은 어떻게 환경을 말하고 있나.

A. 우리나라에선 화려한(Fancy) 예술이 유행이다. 자아도취적인 인스타그램 감성이 한국을 휩쓸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고 본다. 특히 자존감이 유행인데, 진짜 자존감이 아니라 자기중심성에 더 가깝다. 반대로 환경이라는 건 '같이 살아가자'는 메시지다. 그런 이야기하는 예술인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출처: 뉴스펭귄(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6676)